야곱이 말을 마치자 라반이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라반은 그의 딸들과 그 자식들과 가축들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강조하면서도 그 소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말하는 투로 볼 때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미리 말씀으로 경고해 주시지 않았다면, 야곱은 자칫 화를 당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라반은 하나님의 경고를 새겨들었기 때문에 야곱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고, 그와 언약을 맺기로 합니다. 야곱과 라반, 그리고 그 형제들이 돌을 모아가지고 와서 돌무더기를 만들었습니다. 약속의 상징으로 삼기 위해서였습니다. 돌 무더기를 모은 후 거기서 음식을 함께 나누었고, 서로에게 해를 가하지 않기로 약속합니다.

야곱과 라반은 그 장소를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부릅니다. 라반은 아람어로 ‘여갈사하두다’라고 불렀고, 야곱은 ‘갈르엣(갈에드)’이라고 불렀는데 뜻은 여갈사두다와 같이 ‘증거의 무더기’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49절에 보면 갈르엣 외에 미스바(미쯔파)라는 말로도 불렀습니다. 미스바는 ‘망대’라는 뜻입니다. 망대는 높은 곳에서 주변을 두루 살피는 장소입니다. 즉 이 말에는 하나님께서 야곱과 라반을 두루 살펴 주시기를 바란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 미스바라는 명칭은 구약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가장 의미있게 기록된 곳은 사무엘상 7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사장 엘리의 아들들이 블레셋 족속과 전쟁을 벌이면서 여호와의 궤를 승리의 부적처럼 여기고 전장터로 옮겨갔지만, 그들은 전사하고 여호와의 궤는 블레셋에게 빼앗깁니다.

그후 궤가 보관된 마을마다 재앙이 오는 것을 본 블레셋인들이 다시 이스라엘에게 돌려주게 되죠. 궤를 찾아온 후 사무엘이 온 이스라엘 백성 불러 모아 금식하며 회개하게 한 사건이 있는데, 그때 이스라엘이 모인 장소가 미스바였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온전하게 섬기겠노라고 회개했던 곳입니다.

라반은 약속의 의식을 맺으면서 야곱에게 마지막 당부를 합니다. 딸들을 박해하지 말고, 딸들을 두고 다른 아내를 얻지 말 것을 당부하며 야곱의 장인이며 레아와 라헬의 아버지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라반도 야곱도 하나님의 이름을 걸고 서로의 맹세를 지키기로 약속합니다. 그후 하룻밤을 머물고 라반과 그의 일행은 다시 자기의 땅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라반의 이야기 속에 그의 신앙적 특징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는 드라빔도 섬기면서 하나님도 섬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라반의 신앙은 다신교적인 특징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이 신에게도, 저 신에게도 발을 걸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풍요와 번영’을 위한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자신에게 유익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모두 숭배하려는 모습은 우상숭배의 유형입니다.

라반은 하나님의 이름을 거론하고 있지만, 하나님은 라반의 하나님이 되어주시지는 않으십니다. 다신교적 신앙은 하나님이 전혀 기뻐하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당신만을 섬기는 사람을 원하십니다.

우리들은 하나님만을 섬기는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다른 것을 겸하여 섬기는 것은 하나님을 섬기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신앙은 진정 우리를 살피시고 도우시는 하나님을 주와 구원자로 고백하는 신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만을 주로 섬기는 신앙으로 평생을 살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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