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은 에서와 화해를 이룹니다. 에서에게 하나님의 은혜로 얻은 재물 중 일부를 나누어 줍니다. 아마 과거에 형 에서에게 행한 잘못을 배상하는 마음도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에서는 야곱에게 자기의 거주지인 세일로 함께 가자고 제안합니다.

그러나 야곱은 자식들과 가축떼들의 걸음이 느리고, 오랜 여정에서 이들이 지쳐있어 급하게 몰면 생명을 상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에서에게 먼저 가라고 말합니다. 에서는 자기의 부하들 몇을 남겨 야곱을 호위하게 하려고 했지만, 야곱은 그마저도 거절합니다. 자신은 천천히 세일로 가겠다고 말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야곱은 세일로 갈 생각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야곱은 밧단아람에서 하나님으로부터 ‘고향땅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세일은 가나안에 속하지 않은 땅이었으며, 야곱은 가나안으로, 특히 자신이 고향을 떠날 때 하나님을 만났던 벧엘로 가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에서의 제안을 거절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형 에서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거북했을 수도 있지만, 야곱은 라반의 집에서 아무 것도 얻어내지 못할 어려움에 처했던 자신을 돌봐주신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지 않고, 자신이 하나님께 약속한 것을 지키려고 했던 것입니다.

결국 에서는 세일로 돌아가고 야곱은 가나안으로 돌아왔습니다. 두 사람은 관계를 회복하긴 하였지만 함께 살아갈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이미 야곱도 큰 가족을 이루기 시작했고, 하나님의 약속을 따라 살아야 하는 사람이었기에 하나님을 떠난 에서와 동행하는 삶을 살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야곱이 숙곳에 장막을 치고 집을 짓고, 가축을 위해 우리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집을 지은 곳을 돈을 주고 샀습니다. 그곳은 세겜의 아버지 하몰의 아들들의 소유였습니다. 야곱은 거기에 제단을 쌓고, 그곳의 이름을 엘 엘로헤 이스라엘이라고 불렀습니다.

‘엘 엘로헤 이스라엘’이라는 말은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시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이스라엘이 바로 야곱 자신입니다.

야곱이 자신의 이름을 야곱이 아닌 이스라엘로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야곱의 정체성은 이스라엘이었습니다.

하나님과 겨루어 이긴 자, 아픔을 주시는 중에도 끝까지 하나님을 붙들어 받은 이름 이스라엘이 이제 야곱의 정체성이 되었음을 선언한 것이 이 명칭에 담겨 있습니다. 자신을 누구로 인식하는가에 따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삶을 살아갈 때의 자세가 달라집니다.

하나님의 사람, 하나님이 져 주시는 사람 야곱은 이제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깨닫게 됩니다.

우리들도 우리가 누구인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이며,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요, 구원의 방주인 교회로 부르심 받은 거룩한 백성입니다. 이 정체성을 늘 기억하고 승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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