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26  화 눅22:39-53  143장

제자들과 유월절 만찬을 다 드신 예수님은 습관을 따라 감람산으로 기도하러 올라가셨습니다. ‘습관을 따라’라는 구절의 ‘습관’은 ‘에토스, εθος’라는 말로 ‘율법의 관례, 관습’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이 말은 평소의 습관대로라기보다는 유월절 절기의 의례적 관습을 지키기 위해 기도의 시간을 가지셨다고 보는 것이 적절합니다. 즉 주님은 당신에게 죽음이 다가오는 그 시각에도 하나님께 기도드리는 율법 상의 의례를 충실히 가지신 것입니다.

간혹 예수께서 종교적 전통이나 관습을 무시하고 사셨다는 오해를 가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본문에 의하면 주님은 하나님의 율법이 정하신 뜻을 끝까지 준수하고 따르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자들도 기도하기 위해 함께 나섰습니다. 주님은 제자들과 좀 떨어진 곳에서 기도하셨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절절했습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잔을 거두어 달라는 간절한 호소였습니다. 주님께서도 두려우셨던 것입니다.

육신을 입은 주님도 당신에게 오는 고난을 피하기 위한 청원을 드리고 계셨습니다. 육신을 입은 존재는 이렇듯 연약함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도 고난이 두렵고, 피할 수 있으면 피하기를 원하고, 그렇게 기도드립니다.

그것이 잘못된 것은 전혀 아닙니다. 성경의 기도의 일꾼들의 기도 또한 대부분 위기와 고통에서 구원해 달라는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교우들에게 온 어려움을 주님이 이기게 해 주시길 바라고, 다가올 어려움이 있다면 주님이 막아주셔서 조금도 아프거나 해 당하지 않도록 지켜주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런데 주님의 기도는 고난을 피하게 해 달라는 청원에서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비록 두렵고 떨리는 일이지만, 그것이 아버지의 뜻이거든 그 뜻대로 되어지기를 마지막에 기도하셨습니다.

즉 주님의 기도의 마무리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땀방울이 핏방울처럼 보일 정도로 간절하고 간절하게 기도를 드리셨습니다. 주님의 기도를 통해 우리의 기도를 배워가기를 바랍니다. 우리도 우리가 드릴 청원을 마음껏 드린 후에 늘 주님의 뜻이 성취되는 것을 기도의 마무리로 삼게 되기를 바랍니다.

주님이 그렇게 기도드리실 때 제자들은 피곤하여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가는 45절에 주님께서 제자들이 슬픔으로 인하여 잠든 것을 보셨다고 기록했습니다.

주님의 눈에 비친 제자들의 모습은 스승이신 주님이 괴로워하시며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간절하게 부르짖는 것을 보고 슬픔에 잠겨 잠들었음을 보았다는 기록을 남긴 것입니다.

누가의 기록을 통해 이 장면을 해석해 보면, 제자들이 주님의 괴로움을 방관하고 무관심한 것이라기보다는 ‘주님이 왜 저렇게 땀방울이 핏방울과 같이 보일 정도로 처절하게 기도하시는 것일까’ 라는 근심과 주님에 대한 염려를 가득 안고 잠에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때 유다가 대제사장들로부터 받은 돈의 댓가를 치르기 위해 왔습니다. 예수님은 대제사장 무리에게 넘겨줄 의도로 기도의 자리로 찾아온 것입니다. 주님과 제자들은 기도하였으나 유다는 기도의 자리를 배반의 자리로 삼았습니다.

주님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기도의 자리를 지키셨다면 유다는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한 욕망의 자리로 변질시키고 있습니다. 주님은 제자들이 대제사장 무리들과 싸우려는 것을 막으시고 순순히 그들에게 끌려 가셨습니다.

오늘 장면은 기도의 자리가 어떤 자리여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알려주시는 본문입니다. 그 기도의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아뢰고 무엇을 들어야 하는지 어떤 결단과 신앙고백이 있어야 하는지 주님의 기도에서 귀한 깨달음을 얻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드리는 귀하고 복된 삶을 살아가시고 누리시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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