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을 떠나는 피난 행렬에는 제사장들인 사독과 아비아달과 그의 아들들도 함께 하였습니다. 그들은 백성들이 기드론 시내를 건널 때까지 하나님의 궤를 내려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독과 아비아달은 다윗이 가는 곳에 언약궤도 함께 가야 다윗을 보호하는 하나님이 동행하신다고 여긴 것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언약궤가 아닌 진정한 하나님을 의지하고자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기뻐하신다면 예루살렘으로 돌아오게 하시고, 언약궤를 다시 보게 하실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시다면 어떤 처분을 내리시든 달게 받을 것이라고 말하며 그들을 예루살렘으로 돌려보냅니다.

지난날 엘리의 아들들이 언약궤의 힘을 빌어 전쟁을 이겨보려고 하였으나 하나님 앞에 진실하지 못했던 그들은 언약궤를 가지고 갔으면서도 전쟁에서 페하고 죽음을 맞았습니다. 하나님은 언약궤로 인해서가 아니라 신실한 믿음을 보시고 승리를 주신다는 것을 다윗은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언약궤를 부적처럼 사용하기 보다는 언약궤가 있어야 할 곳인 성소에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고 여긴 것입니다.

급박하고 어려운 형편에 처했을 때 한 사람이라도 더 곁에 있기를 바라고, 의지할만한 것이 있다면 모두 동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자연스러운데 다윗은 하나님께 진심으로 판단받고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신실하다면 하나님께서 다시 돌아오게 하실 것이지만, 자신에게 죄가 크다면 하나님으로부터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다윗과 압살롬의 모습은 많이 대조됩니다. 특별히 죄 지은 이후의 모습이 구별됩니다. 죄 짓기 이전의 모습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점이 이런 면입니다. 진정한 겸허함은 죄 앞에서 자신의 현실을 바라보았을 때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죄 앞에서 하나님께 무릎 꿇는 겸허함이 다윗과 압살롬의 차이였습니다. 지금의 형편으로는 압살롬이 우위에 있는 것 같지만, 결국 다윗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겸허하게 하나님의 판단을 기다리는 모습에서 다윗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윗은 머리를 풀어 헤치고 맨발로 감람산을 올랐습니다. 백성들도 다윗처럼 머리를 풀고 함께 울며 오릅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지금의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었고, 예루살렘을 지켜야 함에도 아들과의 전쟁을 피하려고 피난길에 오른 다윗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었습니다.

피난 길을 가던 중 누군가가 압살롬의 곁에 아히도벨이 함께 있다는 보고를 올렸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다윗은 하나님께 아히도벨의 계획이 어리석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똑똑한 참모인 아히도벨이 함께 하였다면 압살롬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지만, 본인에게는 자칫 큰 화가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아렉 사람 후새가 다윗을 찾아왔습니다. 그도 가나안 원주민인 이방인이었습니다. 다윗은 후새에게 자신과 함께 하면 자신에게 짐이 될테니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서 압살롬의 신하가 되어 아히도벨이 계획을 이루지 못하도록 하라고 당부하며 훗날을 기약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을 전적으로 구하는 다윗에게는 힘이 되어줄 동료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비록 자신의 죄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일임을 알고 있지만, 절망하지 않고 주의 도우심을 구하는 다윗의 마음을 하나님께서도 귀히 여기고 계심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어떤 형편에서든지 하나님을 의지하는 마음을 놓지 않게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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