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산등성이를 넘어서 조금 지났을 때 므비보셋의 시종 시바가 나귀 두 마리와 빵 200개, 건포도 백송이, 과일 백개, 포도주 한 말 등을 잔뜩 싣고 다윗을 맞이하였습니다. 무슨 뜻으로 음식을 가져왔는지 묻자, 나귀는 왕의 가족을 위해, 그리고 음식은 왕과 신하들을 위해 가져온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다윗은 므비보셋의 근황을 묻습니다. 그때 시바는 므비보셋이 이번에 이스라엘 가문이 아버지의 나라를 자신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고 험담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은 다윗은 므비보셋의 재산을 시바에게 다 내어준다는 명령을 내립니다.

다윗은 므비보셋에게 시바의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과정 없이 시바의 말만 듣고 판단한 것인데, 아마 므비보셋이 자신을 영접하러 나오지 않은 것이 서운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쫓겨 다니는 자신의 처지를 헤아려 식량과 탈 것을 가져온 시바의 행동은 다윗에게 굉장히 큰 위안이 되었을 것입니다.

누군가를 향한 고마움의 크기는 평안할 때 얻은 도움보다는 힘들고 어려울 때 얻은 도움의 크기가 더 큰 법입니다. 시바는 이렇게 다윗의 마음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시바와 달리 사울의 친척 중 하나인 시므이라는 사람은 다윗의 행렬을 보고 크게 비난하고 욕을 하였습니다. 시므이는 다윗을 향해 ‘피흘린 자, 사악한 자’라는 호칭을 써 가며 하나님께서 사울 족속의 모든 피를 다윗에게로 돌렸다고 외치며 비난하였습니다.

비록 지금 왕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압살롬의 손에 넘기셨다고 소리칩니다. 하나님이 압살롬의 손에 나라를 넘기신 이유가 다윗이 피흘린 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시므이는 사울 일가의 죽음에 다윗이 관여되어 있다고 믿고 있기에 이런 얘길 하는 것입니다.

사울이 죽은 지가 벌써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베냐민 지파에서는 다윗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입니다. 시므이의 저주하는 소리를 듣다 못한 아비새가 시므이를 죽이려 하지만 다윗은 그를 만류합니다.

그의 저주가 하나님이 시키신 것이라면 자신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탄식을 쏟아냅니다.

“내가 낳은 자식도 나를 죽이려 하는데 하물며 베냐민 지파 사람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러면서 한 가닥 하나님의 긍휼에 기대어 봅니다.

“혹시라도 하나님께서 나의 이런 비참한 처지를 보시고 나중에 선으로 갚아 주실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요단강에 이르러서야 시므이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은 듯 합니다. 꽤 오랜 시간 저주의 소리를 들으며 걸었던 다윗과 그 일행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오늘 피난 행렬 중에 만난 두 사람은 과거 사울에게 충성하던 자들이었습니다. 그 중 시바는 다윗에게 나귀와 음식을 가져다주며 그에게 위로를 주었고, 시므이는 온갖 욕을  퍼부으며 그를 저주했습니다. 다윗에게 있어서 저주하는 시므이의 소리를 듣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반대로 음식과 나귀를 가져다준 시바의 행동은 상대적으로 아주 고맙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나중에 피신을 떠났다가 돌아왔을 때 다윗은 시바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므비보셋이 시바에게 속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 다윗은 시바를 징계하지 않았습니다. 시바에게 주었던 재산 중에 절반만을 다시 므비보셋에게 주었습니다.

이렇게 시바의 행동이 정직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므비보셋의 재산을 전부 돌려주지 않은 이유는 그 피난길에 있었을 당시 시바의 행동이 다윗에게는 아주 큰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시므이의 저주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주인의 재산을 자기 마음대로 사용한 것이지만 그것으로 다윗의 일행에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다윗은 그것을 보상한 것이라 여겨집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같이 약합니다. 비록 정당하지 않더라도 자신에게 큰 위로와 도움을 준 것에 대해서는 고마운 마음을 갖기 마련입니다. 오늘의 본문을 긍적적인 해석의 눈으로 본다면, 어려울 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성도가 되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때 받은 도움은 어느 때 받은 도움보다 사람의 마음 깊이 고마움으로 남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그런 고마운 존재가 된다는 것은 행복하고 가치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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