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22  월  삼하20:14-26  285장

오늘 본문 앞의 내용들을 보면, 다윗을 지지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려 줍니다. 베냐민 사람 비그리의 아들 세바라는 사람이 다윗을 맞이하러 나온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우리는 다윗과 나눌 분깃이 없다”고 선동하여 사람들이 다윗을 떠나도록 했습니다. 유다 사람들을 제외하고 많은 베냐민 지파 사람들이 세바를 따라 갔습니다.

한편 왕궁으로 돌아온 다윗은 압살롬과 잠자리를 한 후궁들을 별실에 가두고 먹을 것만 주고 생활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요압 대신 군대장관으로 임명한 아마사에게 3일 동안 유다 지파를 돌아다니며 군사들을 소집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그런데 3일이 지나도록 아마사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유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인 듯 보입니다. 아마사가 기한 내에 돌아오지 않자 다윗은 아마사 대신 아비새에게 세바의 반란을 진압할 것을 명합니다.

세바를 그냥 놔두면 압살롬 때보다 더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아비새가 군사들을 이끌고 세바를 진압하기 위해 출전할 때 요압도 군사들을 이끌고 함께 갔는데, 기브온 근처의 바위에 이르렀을 때 아마사를 만나게 됩니다.

왜 아마사가 유다 땅이 아닌 베냐민 땅 기브온에 있었는지 모르지만, 요압은 아마사와 인사를 나누는 척 하더니 칼로 그를 죽이고 맙니다. 아마사가 존재하는 한 요압은 자기 자리를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을 것입니다. 아마사를 제거하면 다윗으로서도 대안이 마땅치 않을 테니 요압의 노림수가 그것이었을 것입니다.

결국 요압은 세 번째 다윗의 뜻을 거역하는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하지만 이번에 죽인 아마사는 요압의 이종사촌 형입니다. 요압은 조카도 죽이고 사촌도 죽인 것입니다.

아마사가 죽은 후 요압의 부하 하나가 “요압을 따라 다윗을 지지하는 사람은 요압을 따르라”고 소리칩니다. 다윗을 따르되 요압의 편에 서서 따라야 한다는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요압은 아마사의 시신을 밭으로 옮겨두고 세바를 진압하러 갑니다.

요압의 군대가 세바가 숨어 있는 아벨 성읍을 에워쌉니다. 성벽을 헐기 위해 토성을 쌓기 시작하자 성안의 지혜로운 여인 하나가 할 말이 있다며 요압을 부릅니다. 여인은 요압에게 ‘당신이 지금 이스라엘의 어머니와 같은 성읍을 멸하려고 하는 겁니까? 하나님의 기업을 삼키려고 하는 것입니까?’ 따집니다.

아마 이 여인이 요압을 홀로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성읍 안에서 여인의 지도력이 인정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한 성읍의 요압은 그런 것이 아니라 다윗에게 반란을 일으킨 세바를 찾고자 함이니 그만 넘겨주면 아무 말 없이 돌아가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래서 여인은 세바의 머리를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리고 성읍 사람들을 설득하여 세바의 머리를 요압에게 주게 되어 세바의 반란은 쉽게 진압되었고 요압은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습니다. 이후 다윗은 내각을 새롭게 짜는데, 요압을 군사령관으로 복귀시킵니다. 요압의 뜻대로 된 것이죠. 그러나 그것이 요압의 마지막을 평안히 마무리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자신의 지위를 위해 사촌까지 죽이고 만 요압의 모습과 성읍의 멸망할 위기에서 성읍의 평안을 위해 스스로 요압을 찾아간 한 여인의 용기가 대조됩니다.

이 여인은 또 다시 동족 간의 전쟁이 일어날 위기에서 반란자 세바를 요압에게 넘겨주어 또 다시 큰 비극이 일어날 것을 막아냅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한 이 여인의 이름을 성경이 기록하지 않습니다. 저는 일부러 성경의 저자가 여인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기 명예와 욕망을 위해 조카와 사촌까지 죽이기를 서슴지 않은 요압에 비해 성읍의 안정과 동족간의 피흘림을 막으려고 전선 한 가운데로 뛰어든 위대한 여인을 이름도 적지 않고 역사의 뒷무대로 내려가게 하는 것을 통해 두 사람의 삶을 비교하게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교인을 그리스도인으로 부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아닌 ‘그리스도’만을 드러내는 사람이 성도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저와 여러분 모두 우리의 이름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이름을 높이는 삶을 살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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