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을 돌려보내고 아비가일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남편은 아무 것도 모른채 잔치를 벌이고 있었는데, 잔치가 얼마나 성대했던지 ‘왕의 잔치와 같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큰 잔치를 벌였다면 사람들을 초대하고 많은 음식과 술을 준비했을 텐데 나발에게는 다윗에게 줄 음식은 하나도 없었던 것입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은 외면하고 자기들끼리만 흥청망청하며 술에 잔뜩 취했습니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아비가일은 전날의 일을 남편에게 말해 줍니다.

다윗의 부하들에게는 호기롭게 모욕을 주었던 나발은 아내의 이야기를 듣자 몸이 돌과같이 되었다고 하는데, 원문상으로 보면, ‘그의 마음이 그 속에서 죽었다’는 뜻입니다. 굉장한 충격을 받은 것입니다. 그 충격이 열흘 동안 지속되었다가 결국 죽음을 맞게 됩니다.

성경은 하나님이 나발을 치셨다고 기록합니다. 나그네를 환대하지 않고 수치를 준 나발의 악행에 대한 징계의 차원도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나발의 삶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것은 우리의 인생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나발은 예수님의 비유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부자와도 같습니다. 다윗도 이 소식을 듣습니다. 다윗은 나발의 죽음을 기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신이 악을 행하지 않도록 도우신 하나님을 찬양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보내 아비가일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다는 뜻을 전합니다. 아비가일은 다윗의 아내로 자처하기 보다는 다윗의 부하들의 발을 씻기는 일을 하겠다는 말로 다윗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아마 아비가일이 나발과의 사이에서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혹자는 이 결혼에 대해 다윗이 아비가일과 같은 지혜로운 여인을 아내로 얻고자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아비가일과의 결혼을 통해 유다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실제적으로 아비가일은 나발의 유산을 상속하게 될 여인이기에 다윗 일행에게는 든든한 후원자와도 같은 존재가 되었을 것입니다.

43절에 아히노암과의 결혼 역시 유다 지역 안에서 다윗이 영향력을 키워가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다윗은 사울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좀 더 확실히 보호하고자 하는 의도로 유다 지파 안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이었습니다.

이렇게 두 여인과 결혼하는 사이 첫째 아내인 미갈은 사울에 의해 강제로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현실적으로 다윗이 유다 지파에서의 든든한 후원을 받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여인들과의 결혼은 후에 자식들 사이에서의 암투로 발전하게 되는 비극이 생기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다윗 이후 왕이 된 솔로몬도 너무 많은 혼인관계로 인해 가정과 나라가 서서히 병들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다윗이 영향력을 키우려고 많은 집안과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은 믿음이 좋은 다윗조차도 인간적 나약함을 가지고 있었음을 확인하게 해 줍니다.

우리는 이런 신앙의 선조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세워갈지를 배워가야 합니다. 다윗의 좋은 면과 그렇지 못한 면을 지혜롭게 배워가며 여러분의 삶을 믿음 안에서 든든히 세워 가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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