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사울의 수색을 피해 아기스 왕에게 피신하여 안전을 담보 받았지만, 대신 자신과 부하들의 생명을 걸고 아기스를 위해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하여 아기스의 신임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아기스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다윗을 향해 참전하라고 요구하였고, 다윗은 허락했습니다. 아기스의 요구를 거절할 수는 없었기에 참전을 결정하였지만, 이는 앞으로 이스라엘의 왕이 될지 모르는 다윗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것이 뻔했습니다.

어느 백성이 대적을 도와서 자기 민족과 전쟁한 사람을 자신들의 지도자로 세우려 하겠습니까?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할 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일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다윗이 허락하지 말아야 했을 일이었습니다.

생존과 안전을 위해 선택한 것이지만 이번의 선택은 비난을 받을 것이 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다윗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블레셋 방백들의 눈에 다윗의 군사들이 거슬렸던 것입니다. 그들은 다윗의 일행이 혹시라도 뒤에서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을까 염려되어 왕에게 다윗을 돌려보내자고 건의하였습니다.

그러나 아기스 왕은 그동안 다윗이 보여준 충성을 신뢰하고 있었습니다. 왕이 다윗을 변호하자, 신하들의 반대는 더욱 거세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윗은 오래전 골리앗을 죽이고 블레셋을 힘들게 했던 장본인인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비록 지금까지 아기스를 위해 싸웠다고는 하나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다른 마음을 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기스의 부하들은 다윗 일행을 그들의 성읍으로 보낼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였습니다.

신하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 아기스는 결국 다윗을 다시 시글락으로 돌려보내기로 합니다. 다윗은 아기스에게 자신의 충성을 의심하느냐고 항변하였습니다. 이 모습은 마치 ‘다윗이 이스라엘과 진짜 싸우려고 했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결국 다윗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다윗으로서는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이것은 다윗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 일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이 사건이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알게 합니다. 하나님도 이 일을 기뻐하지 않고 계셨던 것입니다.

만일 블레셋 편에 서서 사울과 싸웠다면 후에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을 때에 아주 강력한 저항에 부딪혔을 것입니다. 다윗 스스로 거부할 수 없는 전쟁에 참여한 것을 하나님이 돌이키게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제때에 역사하셨습니다.

다윗에게는 다윗 스스로의 믿음과 노력에 의해 좋은 결과를 얻어낸 것도 있지만, 이렇듯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선한 결과를 얻게 된 일들이 많습니다. 아마 이런 사건들을 통해 다윗은 결코 자신의 능력으로 이스라엘의 왕위에 오른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이런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내 인생이 내 노력과 능력으로 세워진 것 같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힘의 영역 밖의 일들을 통해 우리를 보호하시고 도우시면서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이 이끌어 가시는 인생 앞에서 겸허하게 만들어 가십니다.

인생을 바라보면서 이같은 진실을 깨닫고 마주하게 되는 사람일수록 더욱 삶에 대한 겸허함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겸허함이 인생의 또 다른 축복을 부르게 되는 통로로 작용하게 됩니다. 여러분 모두 그와 같은 삶의 복을 누리게 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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