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릴라는 삼손의 거듭되는 거짓 답변에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진짜 나를 사랑하는 것이 맞느냐’며 삼손을 계속 조릅니다. 성경은 들릴라의 재촉으로 인해 삼손의 마음이 번뇌하여 죽을 지경이었다고 기록합니다. 그런데 들릴라가 사랑을 말하고는 있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돈을 받기 위해 삼손을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넣고 있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에게 삼손이 붙잡히게 되면 자칫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들릴라가 모를 리가 없기에 그녀의 행동은 돈때문에 삼손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미 앞서 세 차례의 거짓 답변을 할 때에 삼손은 들릴라가 자신을 블레셋에 넘길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삼손은 이미 들릴라에게 마음을 빼앗겨,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자신이 나면서부터 하나님께 바쳐진 나실인이었기에 평생에 머리에 삭도를 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머리에 삭도를 대면 힘을 잃게 될 것이라는 걸 말해 줍니다. 물론 삼손의 이 대답은 정확한 사실은 아닙니다.

삼손의 힘이 머리카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삼손이 17절에서 하는 말을 살펴보면, 그가 상당히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삼손은 자신의 힘의 근원이 머리카락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힘의 원천은 하나님의 영이었습니다.

비록 포도주와 독주를 마시고, 사자의 시체에 손을 대어도 그 힘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여전히 하나님의 영이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끔 우리도 이같은 착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여전히 은혜를 주시는 것은 내가 그나마 ‘이것 하나는 지키기 때문이야’라고 여기는 착각 말입니다.

서약을 지킨다고 할 때엔 서약의 내용 모두 지켜야 의미 있는 것입니다. 하나만 지키는 것은 지키지 않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시는 이유는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이고, 속히 돌이키기를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삼손이 저지른 일은 ‘실수’가 아니라, ‘죄’입니다. 삼손은 나실인으로서의 성결함도 잃고, 하나님으로부터 유다를 보호하라고 주신 사사로서의 책임도 버리고 있습니다.

진실을 알게 된 들릴라는 블레셋인들에게 연락을 하였고 블레셋인들은 돈을 가지고 올라왔습니다. 삼손이 아무 의심 없이 들릴라의 무릎을 베고 잠들었을 때 들릴라가 사람을 불러 삼손의 머리에 삭도를 댑니다.

그리고 그가 힘을 잃은 것을 확인한 순간 그녀는 블레셋 사람들을 부릅니다. 삼손은 블레셋 인들이 들이닥쳤다는 소리를 듣고 깨어났지만, 이미 하나님께서 그를 떠나셨기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잡혔습니다. 삼손은 두 눈이 뽑힌 채 끌려가 옥에서 맷돌을 돌리는 비참한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사명을 자각하지 못하고, 과거의 잘못에서 배우지 못한 삼손은 불행한 인생의 결말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또 일어납니다. 삼손에게 머리털이 다시 자라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삼손을 긍휼히 여기시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한결 같은 은혜의 하나님은 징계 중에도 다시 하나님을 바라볼 소망의 빛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바라보시는 마음이 이와 같다는 것을 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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