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86장

시편 9편과 10편은 하나의 시로 되어 있습니다.

히브리어 알파벳 순서대로 각 연이 시작되어 있는데, 9편의 1절은 히브리어 첫 철자 ‘알레프’로 시작되는 단어로 문장이 이루어져 있고, 10편의 끝절은 마지막 철자인 ‘타브’로 시작되는 단어로 문장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연결하여 읽으면 그 의미를 제대로 살려 읽을 수 있습니다.    

이 두 편의 시는 악인들에게 고난당하는 약자들의 상황이 그 배경입니다.

그런데 9편은 하나님을 향한 하소연보다 하나님을 향한 찬양으로 시가 시작됩니다. 비록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 괴롭고 급박한 것이지만, 다윗은 하나님을 찬양하는 고백을 먼저 드리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시편은 젊었을 때의 다윗보다는 성숙한 연령에 들어선 다윗이 고백한 시편인 듯 합니다.

고난 앞에서 하소연보다 찬양이 앞설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세월 하나님의 다양한 섭리의 손길을 경험한 인생만이 할 수 있는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다윗이 찬양하고 고백하는 하나님은 ‘공정하게 재판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악인을 반드시 심판하시며, 의인은 구원하신다는 분명한 원칙이 이 시편에 고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앞부분 3-5절을 보면 자신을 구원하신 하나님에 대한 회고와 기억이 고백되어 있습니다. 그 구원의 역사들을 기억하는 것이 오늘의 고난 앞에서도 탄식보다 먼저 찬양과 감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해 준 원동력입니다.

그리고 뒤의 13절에 자신의 고통을 보아 달라는 청원이나 17, 20절에 이방인들이 돌아가게 해 달라는 청원, 하나님 앞에서 자신들은 유한한 인생(에노스)임을 깨닫게 해 달라는 간구를 드리고 있습니다.

앞부분은 베푸신 은혜에 대한 회고, 뒷부분은 앞으로 베푸시기를 바라는 소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고와 미래에 대한 소망 사이에 다윗의 믿음의 확신이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과 미래의 소망 사이에 기도자의 믿음이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의 경험이 소망으로 이어지는 데는 기도하는 이의 하나님을 향한 신뢰가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그 신뢰로 인해서 우리의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은 일회적인 사건으로 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기도자가 하나님을 향한 신뢰를 품을 때 응답의 역사는 끝이 없는 것입니다. 계속 ‘진행 중’이 됩니다. 응답이 계속된다면 당연히 기도자들의 기도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신앙의 역사는 기도의 역사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기도가 우리 신앙의 역사를 날마다 새롭게 쓰는 통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날마다 풍성한 응답 속에 살아가게 되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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