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07  수  애2:1-10  276장

2장에서도 첫 마디가 ‘슬프다’입니다. 즉 ‘어떡하나’의 탄식으로 시작합니다. 하나님께서 유다의 죄로 인해 예루살렘에 화를 쏟아내셨는데 그 화가 너무 크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유다에게 쏟으신 분노가 어떤 무게로 다가왔는지 애가의 저자는 구체적으로 느낀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전하고 있는데, 1절에는 ‘이스라엘의 아름다움을 하늘에서 땅에 던지셨음이여, 그의 발판을 기억하지 아니하셨도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저자가 느끼는 하나님의 분노가 마치 하나님의 영광을 상징하던 성전을 하늘에서 땅으로 던져버린 듯한 느낌이었다는 겁니다. ‘그의 발판’도 예루살렘을 상징하는 단어인데, 이제 자신들을 기억조차 아니하시는 것 같다는 말입니다.

2절에는 야곱의 모든 거처를 삼키셨다고 합니다. 성읍의 집들마다 온전한 것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성채들도 다 허물어져 아주 흉물스러운 도시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모든 뿔 즉 권위와 힘을 다 자르셨습니다. 원수 앞에서 자신들을 지키시던 오른손을 거두어버리셨다고 말합니다.

부모나 동네 어른이 ‘너 그러지마!. 그만해!’ 하면서 때리는 아이를 손으로 막아주시던 것처럼 보호하시던 하나님께서 이제 대적들이 때려도 모른 척 하고 계십니다. 심지어는 가만히 계실 뿐 아니라 마치 당신의 원수라도 되는 양 그 손으로 치시고 죽이시고 불처럼 진노를 쏟으셨다고 고백합니다.

애가의 저자가 느낀 두려움과 아픔, 서운함이 아주 깊게 고백된 말씀입니다.

성전조차 원두막처럼 헐어버리시고 절기조차 폐해 버리신 하나님의 분노를 저자는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6절에는 절기와 안식일까지 잊어버리게 하셨다고 말합니다. 예배드리는 신앙공동체의 정체성이 이스라엘의 본질 중 하나인데, 이젠 그것마저도 하지 못하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왕과 제사장들마저 그분의 진노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제단도, 성소도 마치 역겨운 그 무언가를 대하듯 원수의 손에 넘겨버리셨습니다. 그러니 원수들이 성전에서 마치 잔치를 하듯 떠들어댔습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거룩한 성전마저 그렇게 훼손되고 모욕당하도록 하실 정도로 분노가 크셨다는 것을 저자는 무너지고 황폐화된 성전을 보며 느끼게 되었습니다. 율법도 없어지고 에언자들도 계시를 받지 못하고 도성의 장로들은 주저 앉아 할 말을 잃고 머리 위에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 처녀들은 땅에 머리를 떨구었습니다.

마치 부모가 자기의 집과 자기의 자녀들을 때리고 버린 것 같은 감정이었을 것입니다. 얼마나 패륜적으로 굴었길래 부모가 자녀들을 패대기치고 원수에게 맞고 있어도 모른 척 하는 것일까요?

애가의 저자가 묘사하는 하나님의 진노의 모습은 거꾸로 뒤집어 생각해보면, 유다의 범죄의 포악함과 더러움이 상상 이상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 어느 것보다 죄를 미워하시는 하나님, 유다에게는 우상숭배의 죄, 약자를 향한 멸시와 폭력의 죄, 율법을 무시한 죄, 하나님보다 재물과 세상적 욕심을 앞세우며 하나님을 섬기는 것처럼 기만한 죄 등이 난무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하나만 뜯어고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진노를 초래한 것은 백성들과 지도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심판은 심판 자체로 끝이 아닙니다.

성전마저, 당신의 제단마저 훼손하고 무너뜨리신 것은 하나님의 분노의 크기를 말해주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다시 새롭게 하시기를 원하신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든지 하나님께 돌아와 그분에게 손을 내밀 면 하나님은 그를 통해 새로운 삶을, 역사를 만들어 가실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과 제가 그 손을 내미는 주님의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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