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 연동 없이 플

욥기 38장부터는 하나님의 대답으로 주어진 말씀입니다. 그동안 욥은 아주 간절하게 하나님께 응답을 구하고 바랐습니다.

왜 자신이 그리 힘든 고난을 받아야만 하는 것인지, 왜 그리 아픔을 주셨는지 친구들의 비난과 책망을 들으면서 더욱 하나님께 답을 구해 왔던 욥입니다. 때로는 화도 내 보고, 원망도 해보고, 하소연과 탄식을 모두 쏟아낸 욥이었습니다. 그에 대해 하나님께서 말씀하기 시작하셨습니다.

38장과 39장이 하나님의 첫 번째 응답이었습니다. 먼저 무지한 말로 하나님의 섭리를 어둡게 하는 자가 누구냐고 호통을 치시며 말씀을 시작하십니다. 그런데 욥의 질문에 대한 응답이라기보다는 어마어마한 질문 세례를 쏟아놓기 시작하시는 것입니다.

땅을 누가 설계하였는지, 무엇이 땅을 버티는 기둥인지, 누가 문을 닫아 바다를 가두었는지, 비는 누가 내리고 이슬은 누가 낳았는지 이런 질문들을 쏟아내십니다. 38장과 39장에서 쏟아내시는 질문 세례에 욥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것 하나라도 욥이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은 한동안 질문을 쏟아놓으신 후 욥을 향해 하나님의 물음에 대답하라고 재촉하십니다.

욥이 입을 열어 했던 첫 대답이 4-5절의 말씀입니다. 욥은 그렇게나 하나님께 하소연하고 탄식하며 대답을 구했지만, 막상 하나님께서 욥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시기 시작하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제가 어떻게 주께 대답하겠습니까? 손으로 입을 막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욥이 왜 이렇게 입을 가리게 되었을까요? 친구들 앞에서 쏟아내던 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욥은 하나님의 질문들 속에 담긴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과 그 영역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대해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세상에 대해, 그리고 세상을 창조하시고 질서 있게 역사해 가시는 하나님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 존재였는지를 그 모든 질문들을 들으면서 깨닫게 된 것입니다.

자신의 삶이 자신의 힘과 영향력으로 이루어지는 부분은 지극히 작은 점과 같은 것임을 알게 되었고, 오히려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수많은 영역의 힘들이 자신의 삶을 채워왔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욥이나 우리의 삶은 결국 ‘내 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하나님을 알려주고 계신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무지와 유한함을 깨닫게 된 욥은 더 이상 하나님께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워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말을 꺼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자신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닌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오히려 그분이 생명을 주셔서 그 은혜로 이 땅에서의 삶을 잠시나마 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욥을 향해 ‘트집 잡는 자, 탓하는 자’라고 부르신 대목을 주목합니다.

따지고 트집 잡고 탓하는 것으로는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트집 잡고 탓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때로는 믿음의 사람들도 따지고 탓할 때도 있지만, 일상에서도 그것이 답을 가져오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면서 묵묵히 다시 자신의 ㅅ람을 성실히 살아가는 동안 문득 답이 주어질 때가 많습니다. 하나님은 욥에게 왜 그와 같은 일들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지는 않으십니다. 하나님께 책임을 묻는 욥에게 일의 원인을 설명해주지도 않으십니다.

단지 욥이 깨달아 알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얼마나 제한적이고 작은 부분인지만을 알려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다른 훨씬 커다란 힘과 섭리적 힘에 의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셨습니다. 결국 하나님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 앞에서 겸허한 모습을 갖기를 원하고 계셨습니다.

나와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삶 앞에서 겸허하게 그 하루하루를 이어가기를 바라십니다. 그것이 세상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계시는 말씀이 오늘의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여러분도, 우리 앞에 주어진 하루를 성실하게 그리고 믿음 안에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결국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하는 손길과 역사하심으로 우리를 반드시 복된 길로 인도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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