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 8장 1~7절 10월 15일 금요일
오늘 8장에서 두 번째 친구인 빌닷이 등장합니다.
빌닷은 엘리바스처럼 인과응보적인 신앙관이 투철한 사람입니다. 욥의 고난의 배경에는 분명히 욥의 죄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욥에게 하나님께 불평하는 어리석은 말을 하지 말라고 책망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는 실수도 없고 하나님은 잘못 판단하시는 일도 없는 분이기에 누군가에게 고난이 주어진다는 것은 전적으로 그 사람의 죄에 원인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특히 3절이 빌닷의 확고한 신념을 확인할 수 있는 구절입니다.
하나님의 정의가 잘못될 리 없고, 그분이 거짓에 근거하여 즉 죄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공의를 행하시는 분이 아니시라는 신념이 굳게 자리잡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잘못은 욥과 그의 자녀들에게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여, 하나님께 불평하는 욥을 강하게 책망한 것입니다.
빌닷의 신앙관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 재앙이 주어지지 않으니, 욥의 자녀들에게 임한 재앙은 그들의 죄 때문임이 분명하다는 것입니다.
빌닷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욥의 자녀들에게 죄가 없어도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만약 그들에게 죄가 없었다면, 빌닷의 신앙관은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의 신앙세계 안에서는 죄 없는 자가 고난을 받는 일이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토록 가슴 아파하는 욥에게 ‘네 자식들이 괜히 심판받았겠느냐?’는 말을 하며 더욱 깊은 상처를 주고 있는 것입니다.
빌닷과 같은 사람은 누군가 아프거나 고통스러운 일을 당하게 되면, 우선 그 원인이 죄에 있다고 판단하고, 아픔을 당한 사람에게서 죄가 있는지 찾아보려고 합니다. 고난당한 이는 바른 삶을 산 사람이 아니고, 고난당하지 않는 이가 바른 삶을 산 사람이라고 여기는 영적 편견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에 충실한 자가 상급을 얻게 된다는 분명한 인과응보의 신앙을 보여주는 곳도 있지만, 정직한 자의 인생에도 뜻하지 않게 고난이 임할 수도 있다는 알려 주는 본문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읽는 욥기가 대표적이지만, 요셉의 이야기도 그렇고, 사울에게 쫓겨 오랜 세월 떠돌아다녀야 했던 젊은 시절의 다윗도 그러했습니다. 성경은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정직한 자에게도 고난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신앙이 우리를 더욱 성숙한 믿음으로 인도해 줍니다. 왜냐하면. 그 깨달음이 우리를 하나님과 인생 앞에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하기 때문입니다.
경건한 신앙을 하고 있어도 어려움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는 사람은 삶에 대해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들이 인과응보의 논리 안에서 일어난다는 생각 속에 살아가면, 우리는 인생 앞에서 겸허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신앙에게 중요한 것은 규례를 지켜가는 것 외에는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규례를 하나하나 지켜가는 것에 집중하다 보면, 그것에 충실하지 못한 이들을 판단하고 정죄할 위험이 있게 됩니다.
그러나 말씀에 순종하여 사는 삶에 충실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생의 어려움과 고통 앞에 직면할 수 있음을 알게 되면 함부로 남을 평가하고 판단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저는 우리가 욥의 이야기를 읽어가는 동안 우리의 신앙을 성찰해가면서 하나님과 인생 앞에 더욱 겸손해져 가기를 소망해 봅니다.